* 언제부터 적었는 지 본인도 기억이 안나는 영화 감상글 모음 3 입니다. 개인의 감상과 잡설이 섞여있습니다. 감상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야기는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추천작 소개도 환영입니다. 다만, 이 글이 영화를 감상하시는 데 누가 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D
* 자매품으로 애니 감상 모음(http://eunab.tistory.com/2 , http://eunab.tistory.com/24 , http://eunab.tistory.com/42)이 있습니다.
* 유사품으로 영화 감상 모음(http://eunab.tistory.com/3 , http://eunab.tistory.com/25)이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 2012.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소유였던 불을 인간에게 전해주면서 인간에게 선구자, 선지자와 같은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다. 어렸을 때 에이리언 영화를 봤을 때는 세계관이나 설정에 대한 생각을 못하고 그냥 좀 스릴러에 그로테스크에 액션 영화구나? 하며 봤던 것 같은데, 에이리언의 프리퀄이라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내가 봤었던 내용은 뭐였지? 라고 의문이 들었다. 인간은 자신을 만든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며, 기원에 대해 찾으려한다. 그래서 찾은 것이 엔지니어. 엔지니어는 무엇 때문인지, 인간을 만들고 난 뒤 없애려 괴물을 만들어 지구를 침공하려고 했는데 성사되지 못한다. 적당한 떡밥들과 적당한 액션, 적당한 분위기 조성 등등 영화의 안정적인 면에서는 꽤 볼만했지만 불만이 좀 남는다. 왜 다들 떠나는 거야?(feat. 엔더스 게임) 역마살인가?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2015.
할머니가 만들었던 옷을 2대인 손녀 미나미가 양장점을 이어받으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가... 했지만, 사실 자신만의 특별한 옷을 만들고 싶었던 미나미가 영업맨 후지이에게 영향을 받아 자신의 오리지널 드레스를 만들게 된다. 겉모습의 표상인 옷을 어떻게 대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인간은 왜 물질에 감정을 입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역시... 시간과 행복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꽤 다르구나 하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주연을 맡은 배우의 대사가 많지 않아도 장면으로 보여주는 점이 볼만했다. (원작은 만화 '수선하는 사람 繕い裁つ人' - 이케베 아오이)
토르: 라그나로크.
재미있었다. 기대했던 것 만큼 죽음의 신 헬라는 팜므파탈의 매력이었을 뿐 아니라 강력했다. (외쳐! 케이트 블란쳇!) 물론, 예언에 따른 강적을 만나기 전까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왕이 어떤 캐릭터인가'에 대해 영화에서 고심 좀 한 티가 난다. 토르가 아스가르드 종말인 라그나로크에 어떻게 대처하는 가와, 왜 (콩가루 형제들 사이에서) 왕이 되어야 하는지, 또 (지구에서 외계생물과 싸워봤고, 장발 양아치이며, 묠니르까지 파괴된) 토르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집대성한 하이라이트 모음집이었다. 이전 작들에서 보여준 '토르'의 모습이 있었기에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중심으로 놓은 것은 '액션과 재미'였고, 그 덕분에 설킨 복선이 터지며 소름이 돋는 반전은 없었지만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화려함으로도 충분히 즐길만 했다. 아쉬운 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기다리는 것 뿐.
해피해피 브레드.
'달님과 마니'라는 동화책의 내용이 주 전제로, 여러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카페 마니에 찾아와 묵고 가기도 하고, 식사하기도 하고, 빵을 먹고 가기도 한다.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할 것 같은 촌 동네에서도 나름의 고충이 있고, 서로가 필요한 시점에 서로의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는 영화. 빵을 자르는 소리 말고 딱히 식욕을 자극하는 건 없었음.
해피해피 와이너리.
와이너리는 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를 재배하는 농장을 말한다. 영화에서 땅이 저렇게 많다는 게 새삼 부러웠다. 푸른 녹음, 바람, 하늘, 햇볕 모든 것이 우화 속 장면 같았다. 유일하다고 생각한 뭔가를 잃어버린 자가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이 참 처절하고 고통스럽지만, 그 또한 살아내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어린 시절부터 담아온 기억들이 뿌리를 뻗고 양분을 쫓아 나아가며 사람이 성장하듯, 포도나무가 척박한 땅에서 옹골찬 알갱이를 맺기 위해 먼 곳까지 뿌리를 뻗어보려는 것이 오버랩처럼 겹쳐진다.
킬러의 보디가드.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제대로 방송이나 될는지 의구심이 가는 (심한 욕) 고오급 패키지 세트 영화. 액션은 호쾌하다 못해 누가 누굴 지키는 건지 모를 만큼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제대로 나쁜 ver. 로맨스라니. 그동안 보아온 지구를 지켜줘! (a.k.a 하얀 집을 지켜줘!)나 구출 스토리,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두뇌력 싸움이 아니라 (독재자 끌어내리기라는 큰 뿌리에도 불구하고) 그냥 막 미친 듯이 욕하고 조롱하고 웃어 재끼고 때리고 부수고 총 쏘고 다 박살 내버려! 의 느낌이었음. (물론 정중히 부탁도 하고 사과도 함.) 누가 누구를 지키는 건지 모르는 것만큼 누가 더 나쁜지/정의로운지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
심야식당 2015.
심야식당 메시야의 마스터는 손님들끼리 다투게 되었을 때 넌지시 조언하며 깊게 관여하지 않는 것이 쿨한 미덕이었는데... 영화에서 본 모습도 새삼 매력적인 캐릭터였달까. 드라마에서는 회차마다 따로따로 볼 수밖에 없었던 손님들이 영화에서는 총출동하고, 전보다 더 화목해진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 보기 좋았다. 심야식당 이야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두고 한 가지로만 해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로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세상에서, 왜 더 눈여겨보아야 하고 더 잘 들어주어야 하며 진심으로 말해야 하는지를 여러 번 생각하게 한다. 야식을 부르는 음식 모습보다 사람들의 얼굴이 더 기억나는 영화.
뉴 스텝업: 어반댄스
뉴질랜드 산 춤 영화. (스텝업의 다른 시리즈로 생각했지만 아무 관련 없... 음악과 움직임을 보려는 것뿐이어서 드라마는 버리고 시작하는 장르랄까...) 전문댄서가 되고 싶은 남학생이 군인인 아버지에게 입대를 강요받는다. 건실하게 사는 척하기 위해 일과 춤 연습, 아침 4시 반부터 괴롭히는 아버지를 견디고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 크루에 입성! 하나 싶었지만... 복수 겸 꿈을 이루는 겸 자기 크루만의 스타일과 실력으로 대회에서 이긴다는 이야기. 뻔한 내용이지만 그 뻔한 내용 때문에 춤을 즐길 수 있는 구조랄까. 현실은 배고프고 어렵고 힘들지만 춤을 출 때만큼은 본연의 모습대로 몸을 움직여도 된다는 뭐... 그런 느낌.
스텝 업: 올 인. 2014.
익숙함에 대한 향수. 화려한 볼거리. 말고 이 영화에서 뽑을 수 있는 키워드가 뭐가 있지? 가족애를 빙자한 우정?
파리로 가는 길. 2016.
영화 제작자인 남편 '알렉'과 휴가를 보내던 아내 '앤'. 알렉이 일 때문에 따로 떨어져야 하자 프랑스 칸에서 동행하던 알렉의 사업파트너 '자크'가 앤을 파리까지 데려다주기로 한다. 자크는 흑심 품고 들이댔지만 앤은 매번 사양하고, 자크의 의뭉스러운 권유와 세심함에 앤도 파리로 가는 여정을 즐기게 된다. 사랑하지만 바쁜 일 탓에 아내를 보모로 착각하는 남편, '걱정 말아요, 파리는 어디 안 가요.'라며 자꾸만 당황스럽게 하는 자크. 로맨틱과 황당함을 넘나드는 중에서도 풍경과 음식, 그림과 음악이 빛나는 영화. 엔딩이 황당하지만, 진심을 건 선물에 대답을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긴 하다.
팬도럼. 2009.
생각보다 재밌게 봤다. 인구가 늘어가고, 자원은 없어지고, 새로운 지구 행성을 찾아 떠나게 되는 '엘리시움 호'. 지구와 비슷한 환경인 행성 '타니스'에 정착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비롯한 6만 명의 사람들과 각종 동식물을 실은 엘리시움 호가 출발하고, 인공수면 캡슐에서 '바우어 상병'이 강제로 깨어나게 된다. 깨어나 보니 우주선 안은 원인 모를 식인 괴물들이 살고 있고, 살아남은 인간도 몇 없어 보인다. 동력을 담당하는 원자로를 리셋시키지 않으면 엘리시움 호가 끝장나는 상황.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 보니~의 우주선 출격 영화들치곤 제법 희망적인 내용이었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클리셰만 뽑아봤어."의 느낌이 살짝 있지만... 밀폐된 공간에서의 공포감, 목숨이 노려지는 스릴감, 스트레스 해소감이 나름대로 밸런스를 맞춰주어서 괜찮았다.
트립 투 이탈리아. 2014.
영국의 희극 배우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칼럼?을 쓰길 부탁받고, 친구인 희극 배우와 함께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겪는 얘기. 두 남자는 나름대로 여자들에게 대쉬도 많이 해봤고, 둘 다 아내와 아이가 있지만 여전히 난봉꾼으로 살고는! 싶다. 현실적으로 그러기 힘들어서 그렇지. 맛있는 음식들,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 풍경, 끝내주는 드라이브 코스, 집에서 하듯 편안한 성대모사, 경탄하는 bone 이탈리아의 작품들... 이 마냥 편하진 않았다. 태반이 모르는 성대모사였고(휴 그랜트만 알아봄), 모르는 작품들에 배경들이라 이탈리아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좀 더 재밌게 봤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여행의 들뜬 마음으로 행한 외도에 2번째 만남을 바라지만, 그 상황을 상담해준 임신한 여자는 다시 만나지 않는 영화 엔딩을 얘기하며 끝난다. 여전히 정력이 팔딱이는 젊은이처럼 행동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중년 남성 둘의 여행기.
바그다드 카페. 1987. 2016 재개봉.
솔직히 보면서 놀랐다. 아직 흑백차별이 남아있는 배경으로 보였고, 어떤 흐름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지 결말은 알고 있었지만 과정은 예측하지 못했다. 독일 부부는 라스베이거스를 가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다투고 여자는 바그다드 시내라고 하는 바그다드 카페에 홀로, 자동차도 없이 찾아온다. 그 전에, 히스테릭한 브렌다의 반응에 남편은 차를 끌고 집을 나가버린다. 남편이 집을 나간 상태에서 받은 손님 야스민이, 카페 주인 브렌다는 못마땅하다. 신분 확실하고, 여행자 수표를 쓰며, 왕복 항공권을 가지고 있어 보안관이 꼬투리 잡을 만한 점이 없어 일단 숙소에서 지내게 되는 야스민. 남편이 없는 두 여자가 서로의 생활을 보듬어주며 황량했던 바그다드 카페는 놀라울 정도로 멋있게 변한다.
브렌다가 신경질을 부리며 심한 말을 하고, 조금 뒤에 솔직하게 사과하며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장면이 보기 좋았다. 생활고에 있는 대로 날카로워진 브렌다가 멋진 노래를 부르며 한층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게 되고, 아무 밑천 없이 시작한 타지 생활에서 아름답고 멋있게 적응하는 야스민을 지켜보는 것이 '마법'이었다.
트립 투 잉글랜드. 2010.
트립 투 이탈리아를 보고 나서 이탈리아를 가게 된 원조 격인 트립 투 잉글랜드 편을 보니, 이탈리아에서의 문화적인 지식요소(노래, 그림, 장소, 인물 성대모사 등) 외에 두 인물에 대해 느꼈던 정서적 의아함이 이해되었다. 시종일관 입을 나불대는 성대모사의 화신 '롭'과 맛집 탐방?을 의뢰받은 '스티브'는 10년이 넘는 지기? 랄까 지인? 이랄까... 뭐 여튼 그런 사이다. 스티브는 결혼 후 이혼하여 아들과 떨어져 지내는 돌싱이고, 롭은 아내와 깨가 쏟아지는 아빠다. 스티브는 같이 여행을 다녔어야 하는 여자친구 '미샤'를 그리워하지만 둘의 사이는 쏘쏘 상태. 두 사람 모두 40살이 넘었고, 각자의 인생에서 느끼는 현재의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여전히 여자를 원하지만 새로운 열정을 발현하기엔 나이가 버겁다. 영국의 북쪽은 이렇다! 라고 팸플릿을 건네주듯 보여주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 2014.
레스토랑에 고용되어 주방장으로 일하는 '칼'은 굳어진 레스토랑의 메뉴에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마침 유명 블로거&미식가라는 사람이 레스토랑을 찾았고, 이전에 먹었던 레스토랑과 똑같은 메뉴를 내오는 칼에게 실망했다는 투로 엄청나게 깎아내리는 리뷰를 올린다. 문제는 리뷰를 트위터에 올려 몇십만 명이 보게 했다는 것. 레스토랑 대표의 저지로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지 못한 칼은 트위터에 가입해 블로거에게 트윗을 달고, 순식간에 둘의 싸움으로 번지면서 칼의 리벤지 매치가 성사될 것처럼 보였으나... 대표의 해고 선언으로 칼은 음식 하나 내지 못한 채 돌아서야만 했다. 분을 이기지 못하고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던 블로거를 찾아가 독설을 퍼붓고, 레스토랑 손님들의 핸드폰으로 찍힌 칼의 분노 동영상이 업로드된다. 다른 레스토랑에 재취업하고 싶어 하지만 동영상 사건으로 스카우트 얘기가 쏙 들어간 상태. 그때 이혼한 아내가 아들과 함께 칼이 음식을 시작한 곳으로 떠나자고 한다.
사실 푸드트럭 얘기와 아들과의 관계회복 얘기가 더 신나고 재미있지만, 칼이 어떻게 살아왔고 얼마나 요리만 생각하는 사람인지를 잘 보여주는 건 앞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에게 요리법과 자신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알려주는 모양이기 때문에 가르치려 드는 상황이 마냥 거북하지 않았다. 또 아들은 아들 대로 아버지의 사업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홍보 활동을 하고, 아버지와 삶을 공유하고 소통하려는 장면들이 뻔하지만 뻔하지 않았다. 재밌고, 맛있는 영화다.
노마: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2016.
북유럽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노마noma'의 오너 "르네 레드제피". 르네는 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가족이 이민했다. 1층에는 동물들이 살고, 2층에는 어른들 방과 공동생활 공간이 있었는데, 르네는 마케도니아에서 살았던 시기를 유년시절의 행복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러다 이사 온 작은 아파트와 덴마크에서 겪은 인종차별, 특히 아버지가 무슬림이었다는 사실은 어린 르네에게 힘든 기억을 안겨주었다.
태생이 북유럽이 아닌 르네가 '노마'를 시작하면서 기치로 삼은 것은 [시간과 공간]이었다. 어느 지역에서건 식재료를 공수받을 수 있는 것에서 벗어나, 계절과 그 계절에서 시간을 담고 있는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 이런 르네의 이념은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특별한 관광자원이 있었던 것이 아닌 북유럽에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찾아왔다. 노마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위를 3년간 거머쥐었지만, 노로바이러스 집단 감염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이어 미슐랭 평가에서도 별을 달지 못했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에서는 2위로 내려갔다. 르네는 정체된 분위기를 바꾸고자 내부공사를 벌였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
끊임없이 새로운 요리를 위해 만들어보고, 실패하고, 가족 같은 직원들을 다그치고, 북유럽에서 채취한 식재료를 공수받으려 애쓴다. 식재료의 속성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고, 알아야 한다고 믿는 르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 성공의 과정을 밟고 있다.
엘리제궁의 요리사. 2012.
한 번 만나 명함을 주고받은 사람을 통해 들어온 일거리. 개인 주방장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얘기에 '오르탕스'는 작은 농장 집에서 서둘러 나간다.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는 사람들과 예절과 주의만 계속해서 설명하는 사람들. "내가 누구를 위해 요리를 하는 거죠?"라는 오르탕스의 말에 '55번지 엘리제궁의 대통령'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격식을 차린 정통요리보다 집에서 만든 가정식이 먹고 싶었던 대통령은 오르탕스의 요리를 좋아하지만, 메인 주방에서 일하는 주방장과 부주방장을 포함한 남자 직원들은 오르탕스를 인정하지 않고 '뒤 바리(루이 15세의 애첩)'라고 비웃으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어렸을 때 읽었던 요리책의 레시피를 외우고 있을 만큼 요리 이야기는 몇 시간이고 얘기할 수 있는 대통령. 살갑지 않은 오르탕스의 엘리제궁 생활을 알고 있지만 도와줄 여유가 없다. 오르탕스가 알고 싶은 건, 어떤 요리를 대통령이 맛있게 먹느냐였지, 다이어트를 해야 해서 소스나 크림 등을 뺀 식단을 짠다던가 혹은 급하게 식사 준비를 해야 해서 해산물을 준비했을 때 냉장고도 빌려주지 않는 메인 주방장의 심보가 아니었다. 지친 오르탕스는 대통령이 해외 출장을 갔을 때 사직서를 내고 엘리제궁을 나온다. 그리고 꿈이었던 송로버섯 농장을 만들기 위해 보수가 좋은 남극 기지로 떠난다.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엘리제궁처럼 절차를 따지는 사람도 없고, 다들 오르탕스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준다. 남극을 떠나는 마지막 날, 오르탕스의 주름진 얼굴엔 새롭게 만들 송로버섯 농장에 대한 흥분과 기대가 가득하다.
오르탕스가 사직서를 내고 엘리제궁을 떠난다고 했을 때 메인 주방에 있던 부주방장이 "우리가 이겼어!"라며 환호성을 지르는 게 개꼴 사나웠다. 지들은 뭘 먹고 컸길래? 모든 게 낯선 상황에서도 자신의 음식이 먹고 싶다고 불러준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지만, 하... 실세는 꼴사나운 녀석들의 잔치라니. 불완전연소의 느낌이다.
카지노를 털어라. 2012.
곤잘로는 몇십 년 카지노를 다니며 룰렛으로 돈을 따는 방법을 연구한다. 홀/짝과 숫자를 맞추는 룰렛은, 공을 굴려서 멈추는 쪽에 건 사람이 돈을 따는 시스템이다. 곤잘로는 룰렛 테이블마다 자주 나오는 숫자를 연구하여 카지노를 이길 생각을 하지만, 마지막으로 가진 돈을 잃고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곤잘로는 합법적으로 카지노에서 돈을 딸 방법을 포기하지 않았고, 아들인 이반과 조카, 사위 등을 끌어들여 한탕 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카지노의 책임자는 그걸 두고 보지 않았다. 테이블 위치를 바꾸기도 하고, 겨우 자리를 잡아가던 리포터 잉그리드(곤잘로의 딸)를 실직하게 하는 등 펠라요 가족의 카지노 출입을 막는다. 곤잘로는 협회에 공문을 보내 출입허가를 받고, 펠라요 가족은 자신들을 욕보인 책임자에게 엿먹이기 위해 게임을 시작한다.
실화라고 하는 데 잘 와닿진 않는다. 꿈을 위한 방탕인지, 그저 놀음인지.
코블러. 2014.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가 조금 놀란 영화. 사이즈 맞는 신발만 신으면 그 신발 주인으로 변할 수 있는 구두 수선공 맥스. 그의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치매인 어머니는 집에서 홀로 지내며, 맥스는 여자친구나 미래에 대한 생각 없이 구두 수선 일만 하고 있다. 그러다 기계 고장으로 옛날 아버지가 알려주었던 창고의 기계를 사용하게 되는데, 옛날 기계를 사용하여 고친 악어가죽 구두를 신으니 그 주인으로 변하는 걸 알고 맥스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하지만 사용법을 알고 나니 맥스는 전보다 하루하루 즐거웠고, 그러다 피치 못할 사건들에 휘말린다. 사태가 진정되고 보니 집을 나간 아버지는 아주 가까이에 있었고, 옛날 기계를 사용해 고친 구두로 다른 사람의 생활을 하게 된 것이 생각보다 오래되었음을 알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평범하게 풀어낸 것 같다. 독특하지만 유별나지 않고, 튄다는 느낌도 없다. 그저 일상에서 벌어진 커다란 해프닝 같은 느낌이라 한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능력이 생겼을 때 그걸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2012.
원작은 만화로, '수짱'이라는 애칭의 애인 없는 35살의 여자 이야기다. 수짱과 친한 '마이짱'은 영업부에서 아이가 있는 남자와 만나고 있고, '사와코'는 편치못한 할머니를 모시는 엄마와 함께 사는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다. 현대 여성에게는 걸림돌이자, 인생의 제2막을 열리는 결혼. 수짱은 결혼하지 않고 일하는 카페에서 직원으로 있다가 점장이 되고, 마이짱은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전업주부가 된다. 사와코도 나이 때문에 아이를 빨리 갖자며, 임신이 가능한지 진단서를 가져오라는 남자친구의 얘기에 관계를 포기한다.
세상은 생각보다 더 많은 잔가지를 치고 있어서, 그런 잔가지 끝마다의 삶을 다른 잔가지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맞닿아있지 않은데 어떻게 이해할까.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살아가는 걸 포기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다가올 외로움에 지금 행복한 것들을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많은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처음엔 그저 노래를 잘 못하는 마가렛트 여사를 그 돈이나 체면을 봐서 주위에서 우쭈쭈 해주는 줄 알았다. 근데 더 나아간 정체성에 대한 얘기라서, 마지막엔 좀 심란했다. 노래를 못 부르는 것이 당연한 마가렛트 여사. 주변에서 치켜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정말 자신이 노래를 잘 하는 줄 안다. 노래를 녹음한 걸 듣는 것이 쉬웠던 시대가 아니었던 지라, 자신의 노래가 정말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 괜찮은지 마가렛트 여사는 모르고, 또 열심히 연습하는 만큼 주변에서 좋아하면 그걸로 반응이 만족스러웠던 것. 몇몇 지인들만 모아 노래를 부르던 마가렛트 여사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생각을 하게 되고, 실제로 노래를 부르다가 정말 잘 부른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의 목에서 피가 나온다. 그 후 안정을 찾은 마가렛트 여사는 그동안 상상만 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믿게 된다. 자신이 공연을 아주 많이 한 베테랑 가수라고... 현실을 알려주려 녹음한 노래를 들려주지만 그녀는 기어코 쓰러지고 만다.
어쌔신: 더 비기닝 American Assassin. 2017.
복수를 위해 살아갔다고 하기에도 부족하고, 괴물을 키워 원망을 받아 복수를 받는다고 하기에도 부족하고, 핵폭탄이 터지는 걸 저지한다고 공작한다고 보기에도 부족한... 모든 요소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아니라 좀 많이 녹슬어 그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액션 장면은 정말 찍기 힘들었겠다... 정도? 통쾌하거나 그런 것보다도 미련많은 남자가 죽지 못해서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느낌.
러빙 빈센트. 2017.
익히 어느 정도의 정성이 들어갔는지는 알고 있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을 화가들이 그렸다는 것을. 그래서 내심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유화 전시를 보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였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나타내면서 그의 마지막이 정말 자살이었는지를 따라가는 아르망 룰랭. 아르망의 기분에 따라 누군가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싶었지만, 결말은 그렇지 않았다.
장면을 그림으로 나타냄으로써 오히려 인물들 하나하나의 성격이 짙은 붓질만큼이나 뚜렷하게 나타났다. 단순화된 면면이 이야기 흐름을 올곧게 만들었고, 그런만큼 빈센트가 고뇌했을 심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인정받지 못한 시간이 안타깝다고 말하기에도 부족할만큼 너무나 천재적이었던 빈센트. 모든 것을 그림에 바친, 그리고 이해받지 못한 예술가의 삶. 분명 어떤 상세한 설명으로도 그의 마음을 나타낼 순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2016.
이 영화를 기점으로? 라기 보단 그 전부터 캡틴파와 아이언맨파가 나름 나눠지고 있었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선택한다면 어느 쪽 편을 들 것인지 생각하며 보게 된 것 같다. '억지력이 없는 과도한 힘을 통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라고 봐도 충분한 내용이었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희생이 나는 싸움에서 사연 없는 무덤이 없듯, 미친자들의 영역에선 캡틴의 생각이 더 낫다고 본다. 지금도 누군가의 희생을 발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까. 다른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봐서 그런지, 액션에서는 놀랄만한 건 없었다. 앤트맨의 활약이 좀 셌지만 스파이더맨도 홈커밍으로 돌아왔으니 뭐... 다채롭게 볼 수 있었던 건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2017.
그루트의 활약이 돋보이는 가오갤2. 퀼의 능력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를 밝히는 영화였는데, 솔직히 보고나면 이건 뭐..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그래서 뭘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거야? 같은 지지부진하고 질척거리는 찜찜함이 남는다. 와우, 부성애가 신격화되면 이런 느낌이겠거니 싶지만 딱히 공감이 되지도 않아서... 차라리 신나게 때려부수고 BGM 빵빵하게 트는 장면이 낫다. 어설프게 가족애로 가져가니까 텁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게 다 욘두 그 양반과 아빠 퀼 때문이다. 짜증나니 다 없애버리고 그루트만 무대에 세워 춤추게 하고 싶은 기분이다...만 어쨌든 비중이 큰 반신반인 퀼의 내용이니 잠자코 보자면 또 그렇게 볼 수는 있을 듯.
신과 함께-죄와 벌. 2017.
유명하다 못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언급되던 '신과 함께-죄와 벌'. 나름 재미도 있었고, 울먹거린 부분도 있었지만 어쩐지 보는 내내 비현실적이었고,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내용이 비현실을 다루긴 한다.) 7대 지옥을 설명하듯 나와서 그런가, 그 지옥의 부분을 보여주기에 급급했다는 느낌도 있고. 충분히 빨려들어갈 시간을 주지 못한 채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느낌도 있다. 세계관 설명하다가 뻔히 보이는 눈물찍 타임에 CG액션. 물론 교훈도 있고 재미있게 봤는데 왜 떨떠름한지 모르겠다.
모아나. 2016.
평소에 접하지 않았던 소리와 배경이어서 그런지, 멋있었다. 처음 아기 모아나가 바다에서 소라를 줍는 모습에서 바다가 참 아름답게 보였다. 모아나는 족장의 딸이고, 모아나 역시 족장이 되어 부족을 보살필 책임과 의무가 있다. 세상에 바다 밖에 없었을 때, 창조의 여신 '테 피티'는 생물을 만들었다. 바다에 버려진 인간 아이 '마우이'는 신에게 거둬져 반신반인이 되었고, 사람들의 사랑을 얻으려 '테 피티'의 심장을 인간들에게 가져다 주려 했다. 하지만 심장을 빼앗자 돌아온 건 어둠의 힘 '데 카'의 일격이었다. 변신할 수 있는 갈고리가 없는 마우이는 심장을 돌려놓길 주저한다. 괴물들의 영역에 가서 갈고리를 찾아오는 저력을 보였으나 모아나도 데 카와의 싸움 이후 포기하려 한다. 그러나 모아나가 포기하면 자랑스러운 '모투누이'를 잃게 된다.
뻔한 이야기인데도 어쩐지 인간에게 불을 주었다는 프로메테우스가 생각났고, 점점 달라져온 디즈니의 공주 모습이 생각났다. 그 옛날 포카혼타스, 뮬란을 보며 하늘하늘한 드레스에 하얀 피부, 금발의 미인이 아니더라도 괜찮구나 싶었던 것이 오늘날 이렇게 당차고 멋진 여성을 볼 수 있게 만들었구나 하는 감회를 느낄 수 있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익살스러운 캐릭터들과 노래, 두렵지만 자신을 다독이며 인생을 헤쳐나가는 모습, 바다의 푸른 빛만큼 시원한 영화였다.
위대한 쇼맨. 2017.
남의 재산을 가지고 쇼 비즈니스를 시작한 '바넘'. 어릴 때부터 그를 지지하고 도운 아내 채러티. 각종 차별이 만연했던 시절을 생각하지 않고 본다면 꽤 불편했을 영화였다. 솔직히 볼 거리보다 '들을 거리'가 너무 훌륭했다. 각 캐릭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큰 실패는 부와 명예를 쫓던 바넘을 성찰시킨다. 바넘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위대한 쇼는 계속되어야 하기에 칼라일이 이어 받는다. 뭐, 실제로는 사기꾼 이야기라는 게 정평이지만, 선 긋고 본다면 멋있는 영화였다. 실제 인물과 흡사한 사람을 캐스팅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도 하고. 속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소비하는 대중들과 대중을 속이지만 화려한 볼거리와 즐거운 시간을 주는 연출자. 세상엔 나쁘다고만 평가하기엔 뒤엉킨 가치들이 많은 것 같다.
원더. 2017.
태어나자마자 안면기형으로 27번의 성형수술을 받아야 했던 어기(어거스트 풀먼).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홈스쿨링을 하던 어기에게 학교를 다녀야한다는 새로운 환경이 주어진다. 자신의 얼굴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놀라는 사람이 있는데 맨 얼굴을 드러낸다는 건 어기에게 큰 시련이었다. 시종일관 편견과 거부감을 드러내던 사람들과는 달리, 외모가 아닌 '어기'를 봐주는 친구들이 생기면서 어기는 활력을 되찾는다.
시점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며 이야기가 바뀌는 듯 하지만 사실은 어기를 둘러싼 문제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장치'였다. 여러 시점으로 어기를 보고, 어기도 여러 사람을 대하면서 극복해야하는 문제를 관객이 생각하게 한다. 상황에 대처하는 것을 보면 어린 아이들의 치기 같다가도, 아이가 성장해서 어떤 어른이 되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점도 있었다. 쉽게 고정관념을 가질 수 있는 아이들과 고집 센 어른이 함께 보면 좋은 가족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역시 마블이랄까. 재미가 뭔지 아는 영화였다. 배우 특유의 여유있으면서도 공백(쉼)이 있는 웃음 코드가 즐겁게 만들었다. 영화에서의 분위기 메이커는 단연 '루이스'였다. 기술적인 면을 보자면, 왠지 모르게 고스트버스터즈가 생각나는 위치 산출 장면도 있었고, NASA 정도에나 있을 법한 딱딱한 기계들과 세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익숙한 진드기와 의학 다큐에 나올법한 세포 이미지들이 넘쳐났다. 또,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으나 못 알아들었으니 패스. 여러가지 상황을 정신없이 보다보면 결말을 향해 가는 스토리라 영화관에서 보기에도 제격이었다. 너무 액션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깊이 있는 드라마는 살짝 아쉬울 수도 있으나, 유머와 가족애, 그리고 보편적인 인류애가 버무려져 한 끼 든든한 샐러드를 바삭거리며 먹은 기분이었다.
스타 이즈 본. 2018.
뻔한 러브스토리라기엔 노래가 너무 좋았다. 4번째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정보를 읽다가 스토리가 어떻게 되는지까지 보고 가서, 마지막 감동은 덜했다. 머리 속에서 "여기서 충격을 받고 놀라야 하는 장면이잖아!" 와 "남편이 자살을 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데 어떻게 놀라냐?"가 싸우는 바람에... 앨리가 남편을 잃고 추모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은 애매한 기분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멋있었다. 영화 속 상황은 전혀 멋있지 않았지만.
남녀가 처음 만나서 서로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깊은 사이로 발전하는지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앨리'가 드랙퀸 분장을 하고 노래를 부를 때부터 관심을 가지게 된 슈퍼스타 '잭슨'. 잭슨이 앨리가 분장한 눈썹을 떼주는 걸로 스킨쉽이 시작된다. 앨리가 잭슨의 투어공연에 서게 된 후 같이 다니며 둘의 사이는 깊어진다. 그러다 엔터테인먼트 매니저에게 앨리는 솔로 제안을 받고 활동을 시작한다. 반면 잭슨은 공연 후 인사불성으로 발견되는 일이 생기고, 앨리는 연락 없이 지인의 집에서 쉬고 있던 잭슨을 발견하며 화를 내려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안전한 것을 보고 안심한다. 식사하던 중에 잭슨은 친구에게 공구를 빌려 기타줄로 반지를 급조해 앨리에게 청혼한다. 식은 그날 치러졌고, 둘의 행복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약과 술에 쩔은 잭슨은 점점 청력을 잃어가고, 세상에 기댈 사람이 앨리라고 생각했건만 앨리는 유명해져 잭슨을 떠나있을 때가 많았다.
결국 앨리가 신인상을 받는 공식석상에서 잭슨은 약에 취해 실례를 하고 만다. 그 일로 앨리는 가수 생활을 하기 힘들 만큼 위기가 찾아왔고, 잭슨은 시설에서 중독 치료를 받는다. 치료를 받고 나서 집에 돌아가 앨리와 살 줄 알았던 잭슨은 자신이 그동안 못나게 살아왔던 것들과 그 결과가 앨리에게 폐가 되는 것을 생각하곤 자신의 콘서트에 같이 서자는 앨리를 저버리고 자살한다.
앨리가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는 '다시는 사랑하지 않아'라는 의미로, 백지영의 '사랑 안 해' 노래가 떠올랐다. 어찌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적인 잭슨과 헌신적이지만 콤플렉스를 이기기 힘들었던 앨리와의 만남은 활활 타오르면서도 무대 뒤에선 고요해지는 스타의 내면과 닮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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