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빌 - 최윤교 지음/다산책방 |
그냥, 변덕이었다. 꼭 그렇게 구입하고자 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손에 맞게 들어오면서 기분이 나쁘지 않은, 호불호의 기준선이 있다면 그 기준선보다 조금 더 좋은 쪽에서 나풀거리고 있을 듯한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손에 들어오는 날. 표지의 감촉도 괜찮았고, 표지 그림도 괜찮았다. 싱글빌이라고 하는 글씨체도 괜찮았다. '응, 이건 읽어보자.'라고 무심결에 생각했을런지도 모른다.
처음 몇 장은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했다. 책날개는 물론이고 첫장부터 끝장까지 한 번은 훑어본 바 얻을 수 있었던 정보는 작가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는 사실이었다. 그걸 염두하고 읽어서 그런지 자꾸만 문장에서 느껴지는 게 '사실적'이라는 색의 물감이었다.
처음엔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몰랐다. 몇 번 앞장을 넘겨보기도 했다. 인물이 어떠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과 그 상황을 헤쳐나가든 조각을 내든 입 속에 털어넣고 만족스러운 듯이 배를 쓰다듬든, 읽는 사람으로서 갖춰야할 퍼즐 조각이 하나도 모이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중후반부에서는 대충 인물들의 사건이 어떻게 해결이 되는가에 대한 결말은 예상하고 있었다. 어떻게 표현하고 갈무리했는가가 궁금해서 책의 사분지 일을 내리 읽었다.
간결하고, 말끔했다. 풍부한 느낌보다는 조목조목 톱니가 들어맞는 느낌에 가까웠다. 글 속에서 차가운 배경은 있지만 그렇게 건조하지는 않다. 하나하나 인물을 잘 세웠고, 각 인물이 지닌 감정과 사건을 치장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감상적으로 울어재끼거나, 평론을 하며 의미를 유추하고 되새김질하는 류는 아니다. 수긍의 끄덕임과 의문의 물음표가 O,X 팻말처럼 올려졌다 내려졌다 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속도감과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꽤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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