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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감상

[책봄] 엔더의 게임

by 은아비 2016. 11. 27.
엔더의 게임 - 10점
올슨 스콧 카드 지음, 백석윤 옮김/루비박스

 

 

엔더의 게임을 영화로 먼저 접해봤던지라, 책을 읽는 데 좀 애를 먹었다. 영화가 잘 표현한 부분도 있었고, 내용 전개상 원본(책)에서 생략된 부분도 많았다. 그 정보의 차이를 메우는건 '득을 보는 기분'이었지만 영상이 상상력을 자꾸 덮어씌워서 내용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작가가 서문에서 썼던 것처럼, 최대한 직관적으로 썼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해석을 낳았다. 물론 번역본이 아니라 직접 원본을 봐야겠지만, 표현상 헷갈릴법한 문장으로 쓴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책이 여러 논란을 낳았을까. 여타 다른 소설보다도 내용이 확실하고, 그 확실한 반면에 배척하고 으르렁댈 수 있는 반대 의견들이 극명하게 반응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라고 추측해봤다. 또, 어린아이를 내세웠음에도 여느 속세에 찌든 어른들을 엿볼 수 있으며, '전쟁'이라는 글자에 얽힐 수 있는 것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어른들이 아니라, '어린이'의 시점에서 어른처럼 행동해서일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는 엔더의 누나인 발렌타인과, 형인 피터의 작전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엔더에 중심을 맞춰 시점이 변경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수도 있고, 인물이 달라짐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감정선이 엔더에서 다른 인물로 옮겨가길 원치 않았을 수도 있다. 영화에서는 엔더가 하는 행위가 어떤 것들이었으며, 그 행위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되었고, 그 결과를 엔더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점적이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엔더 주변의 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엔더와 관계를 가지게 되었고, 그 관계를 엔더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볼 수 있었다. 시종일관 '승리'를 위해서 '교육'받아야 했던 어린아이들, 그 중에서도 천부적인 재능을 지녀 천재 이상의 천재로 불리게 되는 엔더.

엔더가 '더욱 현명해졌다.'라고 나오는 부분에선 착잡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가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홀로선 의지였음에도 주변 누군가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았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어서였다. 이건 실생활에서도 뗄레야 뗄 수가 없는 부분이라 잠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볼 여지, 생각해봐야하는 것들, 어떤 중요한 화두. 그저,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면서 느꼈을 것들이 이 글 속에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아, 다른 열린 결말의 글들과 달리 뿌려놓은 떡밥들을 열심히 주워담고 먼지 탈탈털어서 예쁘게 진열해놓은 다음에서야 열린 결말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가치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뒷통수 세게 후려치는 내용에, 철학적인 면모와 정신병 얻을 것 같은 한계를 보여주지만!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