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 적었는 지 본인도 기억이 안나는 애니 감상글 모음 3 입니다. 개인의 감상과 잡설이 섞여있습니다. 감상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야기는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추천작 소개도 환영입니다. 다만, 이 글이 애니를 감상하시는 데 누가 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D
* 자매품으로 영화 감상 모음(http://eunab.tistory.com/3 , http://eunab.tistory.com/25 , http://eunab.tistory.com/41)이 있습니다.
* 유사품으로 애니 감상 모음(http://eunab.tistory.com/2 , http://eunab.tistory.com/24)이 있습니다.
일주일간 친구.
이렇게 순수한, 어디서든 충실한 노출씬이 없는 애니가 존재한다는 것을 너~무 오랜만에 깨달았다. 간혹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의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런 기우는 벗어났다. 간결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녀 주인공의 두 인물 사이에서 교감되는 감정들을 표현했어야 하기 때문에 그 사건 밖에서 보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생각변화? 같은 장면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약간의 투박한 마음이 담긴, 오븐이나 밥솥 같은 데서 만든 홈메이드 빵을 막 꺼냈을 때의 느낌이랄까. 이성에 대한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을 분출하고 싶은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몰라서 고민을 하고, 진짜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를 들먹거리며 쑥스러움을 줄어들게 하고 싶다거나 그런... 현실세계같은 느낌을 오히려 이런 애니에서 받는 것 같다.
어나더 Another.
공포애니. 사카키바라가 고등학교 3학년 5월에 요미야마로 잠시 전학을 가면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평소 추리, 스릴러를 즐겨 읽는 사카키바라는 탐정이 된 것마냥 학급의 일에 끼어들어 사고가 난다. 현실이라면 꽤 잔인하게 죽는 장면이 많고, 나중엔 미쳐돌아가는 헬이 되지만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맞서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인간의 안일함이 돋보이는 작품. 추리소설 한 편을 꽤 진지하게 읽고 난 여운이 남는다.
허니와 클로버 1,2기.
연애할 때 고민되는 혼자만의 삽질이나 개인의 자아 찾기, 재능에 대한 고민 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 이상은 해봤을 법한 문제들을 곳곳에 심어두고 캐릭터들이 어떻게 풀어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애니. 보다보면 '정말 이 러브라인은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으아아아!!" 소리가 절로 나올법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뭐... 마지막 결말은 "그래, 그럴법하니까 이 정도의 감정에서 만족해줄게..." 랄까. 청춘의 '잠깐' 행복한 시절 같은 소리나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깊이가 있어서 보다가 감화됐다. 덴장. 그래도 "왜 나는 이성친구가 없는가!"라며 자조적인 얘기만 나불대는 게 아니라 제대로 선택하는 모습들을 보여줘서 각자의 행복을 생각하게 된 것도 있다. 제발 얘한테 다른 상대라도 붙여줘 ㅠㅠ 라는 얼토당토 않은 희망을 품으며 봤달까. 결론은 재밌게 봤다는 점.
이세계 식당.
이세계에 연결되는 식당 이야기. 크게 모난 것도 없고 돋보이는 것도 없이 봤다.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듯 하지만 음식이 메인이다. 너무 맛있어서 계속 찾게 되는 식당, 어디에 있든 그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식당. 그런 반면 주방장을 설명하는 에피소드는 적다. 그저 할아버지가 식당을 했고, 그 식당을 물려받았으며, 이세계의 식재료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연구한다는 것. 이세계의 주민이 찾는 곳이기에 인간에게 위협이 될만한 소지도 다분하다. 그래서 이세계의 지배자인 용 두마리가 식당을 지킨다. 아끼고 아끼는 작은 오르골 상자 같은 이야기다.
왕실교사 하이네.
5명의 왕위 계승자 중 장남이 너무나도 뛰어나 다른 왕자들이 왕이 되기 어렵다는 설정. 장남을 제외한 왕자들은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하이네를 고용하기 전까지 왕실교사를 전부 내쳐버렸다. 그래서 왕자 개개인의 장점을 살려 왕위 계승을 겨루는 인재로 키우기 어려운 상황. 하이네는 각 왕자의 성격과 장점을 살려줄 교육과 지침을 내리고, 왕자들은 당장이라도 내쫓을 것 같던 하이네를 매우 좋아하게 된다. 이제 안정적으로 교육적 지도를 할 수 있는가 했더니, 하이네의 과거를 캐는 장남의 보좌관이 걸림돌이 된다. 자신의 과거가 밝혀지면 그만두겠다는 하이네를 둘러싸고, 4명의 왕자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매우 건전하다. 맥락상 어거지인 부분도 있지만 캐릭터 개성이나 지위로 넘겨버린다. 하이네의 뿌-3-한 표정이 귀엽다.
요괴 아파트의 우아한 일상.
중학교 때 부모를 동시에 잃은 이나바 유시는 큰아버지 댁에서 신세를 지다가 고등학교 때 기숙사를 다니겠다고 집을 나온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설움을 털어놓을 곳 없을 때 친구인 하세 미즈키는 유시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불편했던 큰아버지 댁을 나온다는 기쁨도 잠시, 입주 전 고등학교 기숙사가 화재로 불탄다. 급하게 모은 돈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카마쿠라장' 이라는 아파트로 들어가게 되고, 유시는 요괴 아파트라는 것을 알고 흠칫한다. 하지만 마음 편히 대해주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아파트 주민들 덕에 기운을 되찾는다. 이나바는 애초에 계약한 대로 아파트에서 지내다가 신축 기숙사로 들어갔지만, 생각과는 다른 사람들과의 삶에 힘겨워 다시 요괴 아파트로 돌아간다. 이나바는 요괴 아파트의 여러 사람들과 요괴, 귀신, 정령 등을 보고 겪으며 삶의 교훈을 깨닫게 된다.
작붕이 거의 없어 보기 좋았다. 큰 뼈대는 이나바 유시의 성장 이야기다. 이나바가 보고 듣고 겪는 모든 것에서 교훈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부끄러운 모습도 보이면서 혼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할만큼 즐겁게 지낸다. 후반으로 가면 사람 간에 겪는 감정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독점 마이 히어로.
BL. 세타가와 마사히로 - 오오시바 코스케. 하세쿠라 아사야 - 오오시바 켄스케.
극도로 내성적인 마사히로와 그런 마사히로에게 히어로라 여겨지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코스케의 사랑앓이. 아사야의 푸쉬로 켄스케가 마음을 깨닫는 이야기가 초반에 나오고, 그 뒤로 삽질 많이 하는 마사히로의 험난한 안식처 찾기가 이어진다. 애니가 되면서 보여지는 수위가 낮아진 듯한 BL.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현실에 부딪혀 걱정한답시고 빙빙도는 게 주 분위기다.
오늘부터 신령님 1기,2기,OVA.
아버지가 빚을 만들고 잠적해버려 혼자서 생계를 꾸려가며 학교를 가야하는 모모조노 나나미. 하룻밤 머물 곳을 찾다가 생뚱맞게 토지신이 되고, 어줍잖은 실력이지만 여우 요괴 '토모에'의 도움을 받아 신사에서 살게 된다. 이야기 초반엔 날벼락 전개에, 토지신이 되기 위해 힘을 키우는 것보다도 학원물에서 꽁냥하는 스토리가 주 전개다. 2기에서는 나나미에게 호감을 갖게 된 토모에를 위협하는(?) 서브남들이 나오지만 어차피 커플링은 정해져 있는 법. OVA에서 풀어놓은 떡밥을 회수해 정규 편성으로는 못다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잘 쌓아올린 스토리 전개를 볼 수 있고, 떡밥 회수가 완성도를 높여 커플링에 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엔젤비트.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가 이른 나이에 죽어버린 아이들이 가게 되는 사후 세계가 있다. 인생을 채 살아보지 못하고 죽었기에, 자신이 왜 태어났었는지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 이유나 사명을 찾고 성불할 수 있게끔 '일상'을 보낼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런 사후 세계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전의 삶이 잊혀지지 않는 몇몇 아이들은 사후 세계 전선을 이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사라짐'을 거부한다.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든지 간에 앞을 향해서 가야한다는 메시지를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고통을 씻어낼 수 있는 사후 세계가 있으면 어떨까의 자위적인 유예 스토리인데다, 주인공이 매우 불쌍하다.
쿠마미코.
처음엔 곰과 무녀의 알콩달콩한 이야기인줄 알았다. 상상과 비슷하긴 했다. 대대로 곰을 신으로 모시고 사는 마을인 시골 깡촌 '쿠마데'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나오는 내용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무녀, 아마야도리 마치가 예상외로 제네럴엠퍼러울트라슈퍼킹왕짱 짜증나는 캐릭터였다. 마치의 비문명 뇌세포는 보면서 욕이 나오는 수준이였고, 오히려 그런 마치를 어떻게든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주변 캐릭터를 보면서 꾹꾹 참았다.
결벽남자! 아오야마군.
재미있다. 그림체가 약간 Free! 애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아오야마가 극도의 결벽증에도 불구하고 매우 호감형으로 나온다. 과묵하고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조차 편하게 먹지 못하는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 게임 상에서 속 마음 같은 반대 성격을 보여준다. 촉망받는 재능에도 축구로는 무명에 가까운 고등학교를 들어간 이유도 황당하다. 아오야마의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는 편도 있지만 그 또한 아오야마를 간접적으로 설명해준다.
클락워크 플래닛.
먼 옛날 지구는 수명을 다했고, 시계기사 Y가 지구를 톱니바퀴로 되살린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힘에 의해 지각과 맨틀 대부분이 시계장치로 재구축된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Y는 그의 이름을 딴 자동인형들을 남겨놨다. 시계장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자기기는 사용이 금지된다. Y가 전지전능에 가까운 능력으로 지구를 되살려놓았고, 사람들이 다시 지구에서 살아가게 되었음에도, 그의 설계엔 완전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따라서, 천 년 후의 주인공이 사는 시간에는 지구를 다시 재구축해야하는 위험이 따른다. 수리 실력은 형편 없지만 듣는 능력은 세계 최고인 나오토. 어린 나이지만 출중한 수리 실력과 설계 도면에 대한 완벽한 지식으로 수리기사를 하는 마리. 서로가 영향력을 주고 받으며 새로운 지구를 구축해간다.
소재는 꽤 신선했다. 하지만 진행과정에서 Y의 자동인형 시리즈가 가지는 당위성이 뭔지 희미해졌다. 왜, 어째서, 나오토와 마리가 만나는 시점에 Y시리즈 인형이 필요했던 것인가? 에 대한 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듯하다. 적당히 포인트만 잡은 전투, 진행과정으로 보인다. 자동인형과 사람의 유대감 구축에 대한 사건은 잘 모르겠다. 좀 억지인지도.
키즈나이버.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상처를 넘어서 아픔, 고통이 공유된다. 상대의 아픔을 느껴서 '역지사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이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세계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를 묻는 내용이다. 표면적으론 그렇다. 하지만 키즈나이버에 집착하는 소노자키 노리코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모두 축적하고 있었고, 남들이 받아야 할 충격을 모두 한 사람이 받고 있었던 탓에 감각을 마비시켜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소노자키 노리코에게 통각을 준 아이들은 되려 감각을 잊어버리고 살게 된다. 고정관념이 생기기 전의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으나 큰 문제가 생긴 뒤로 잠정 보류된 상태. 하지만 소노자키 노리코는 고통을 받아 감각을 죽이고 살았을지언정, 어렸을 때 느꼈던 행복을 잊지 못한다.
캐릭터의 비중이 잘 짜여진 애니. 시종일관 이상한 무대에서 이상한 실험을 하고 이상한 감정과 현상을 맞닥들이게 되지만, 그건 모두 현실에서 제대로 감흥을 표현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일상을 비춘 모습이었다. 어떻게 상대를 이해하면 좋을지 몰라 서툴게 되는 표현방식이 시종일관 비춰진다.
종말에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
장면 연출이 꽤 잘 짜여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 원작이 궁금해진 애니. 독선으로 세상을 멸망시킨 인간. 그리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인간으로 살아남은 용사 빌렘 크메쉬. 세상은 짧은 시간에 멸망했고, 이후의 세상은 대지를 공중섬으로 띄워 수인이나 여타 다른 표식(뿔이나 이빨)이 있는 생명체가 살아가게 된다. 지상에는 세상을 멸망시킨 '짐승'들이 여전히 위협으로 존재하고, 짐승 중에서 포자 형태로 공중섬까지 도달할 수 있는 형태가 쳐들어와 공중섬 중 일부를 포기하기도 한다. 이 짐승들과 싸우는 것은 인간들이 남긴 무기, 성검(카리용)을 사용할 수 있는 '레프러콘(요정)'이었다. 요정은 인간의 영혼을 사령의 형태로 불러와 전투 시 인간을 대체한 살아있는 병기다. 애초에 다른 영혼을 억지로 정착시킨 요정은 전투를 치를 때마다 본래 영혼의 자아가 깨어나며, 사령의 형태로 살아가던 요정은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빌렘이 살아있는 병기들의 창고 관리직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마음을 준 크톨리를 위해 정상이 아닌 몸으로 최선을 다한다.
대놓고 연애 얘기인가 하면, 배경은 희망없는 전투 상황이다. 그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평온한 일상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하다가도, 안타까운 상황에서도 노력하는 인물들의 처절함을 보여준다.
어서오세요 실력 지상주의 교실에.
주인공이 실력을 숨기며 최종 승자에 오르려는 태도를 잘 보여주었으나, 그것이 다른 이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어서 좀 씁쓸한 결말이었다. 계책을 파헤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흘러가게 하는 면에서는 추리물 같은 재미도 있었다.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금기교전.
정의로운 마술사가 되고 싶어 노오력했지만 실상은 학살에 불과한 힘에 질려 부양받길 원하는 변변찮은 마술강사. 의지와 용기를 잃어버렸다 생각했는데, 사실 그건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 나중엔 제법 비중있는 멋으로 나온다. 왕년의 실력자는 역시나 실력자~ 같은 느낌.
나츠메 우인장 6기.
분위기가 일본 특유의 요괴문화에서, 점점 평범한 날을 살아가는 나츠메의 이야기를 다루는 듯 싶었다. 이질적인 존재들을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나츠메에게 사람들이 사는 일상을 전해준 친구들을 보면서 선대의 업을 묵묵히 받아들인 나츠메도 행복해지려고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하고 평화로우면서도 언제든 위협이 될 수 있는 요괴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마기 2기.
마기 1기에서 보여주던 어린 모습과는 다르게 '알라딘'이 엄청 활약하는 모양새일줄 알았으나... 세계관과 전체 흐름을 보여주는 것에 더 치중한 느낌. 사실 마기 1기에서 알리바바와 알라딘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마기 2기에서도 둘의 활약상이 돋보일 줄 알았다. 알리바바가 왕이 될 그릇(내가 왕이 될 상인가?)을 모험으로 채우고 돌아가서 신드밧드처럼 나라를 부흥시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영 꽝.... 생각보다 알라딘이 소환할 수 있는 거인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적은 애니메이션의 분량에 꽉찬 스토리를 보여주려고 여러 부분에서 '절삭'됐다는 느낌이 들지만 나름대로 볼만하다.
바티칸 기적 조사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현상, '기적'을 조사하고 다니는 바티칸의 기적 조사관. 정통 고딕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울한 건 확실하다. '종교'라는 배경에서 먹어주는 재미는 70% 정도. 딱히 엄청 놀랍고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진 않았다. 설명이 좀 부족한 면도 있지만 킬링타임보단 나은 편.
마탄의 왕 바나디스.
2기를 기다리게 되는 애니. 엄청 재밌어서가 아니라 마탄의 왕이라고 떡밥만 뿌리던 이야기 전개에서 남자 주인공이 어떻게 상위의 자리에 올라가는 가를 지켜보고 싶어서다. 아무리 전략을 쓴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싸움은 근접전이다. 그런데 원거리 무기인 활을 사용하면서 결정적인 화살을 날리는 주인공. 그 주인공을 보필하는 스펙좋은 미인 전사. 어찌보면 흔한 조합이지만 전쟁에서 각 진영의 이동 경로를 보여준다는 점에선 흥미로웠다.
낙제기사의 영웅담.
타오르나 두근거림?!의 흥미진진함을 조금 맛 볼 수 있는 애니. "넌 기사가 될 수 없어."라고 찍힌 남자 주인공. 그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아직 이 세계엔 마련되지 못했다. 마력을 쓰지 못하는 기사로 무시를 받지만 나중엔 창천할 재목. 게다가 어여쁜 여자들이 주변에 있으니 무엇을 더 바라랴. 콕 집어서 짝을 지어준 것도 만족스러운 전개였다. (괜히 이리저리 집적거리다가 비극 찍는 건 노잼.)
최약무패의 신장기룡.
하아렘. 왜 먼치킨에 심약한 애가 주인공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헌드레드.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여자 캐릭터들의 모양새가 이미 어딘가에서 본 듯 너무나도 익숙하다 못해 질린 비주얼을 지녔을지 몰라도, 남자 주인공의 꿋꿋함으로 견뎌볼 수 있다.
발키리 드라이브 -머메이드-.
므흣한 소리를 일부러 집어넣은 듯한 애니. 키스하는 장면이 찰지다. 온통 여자 밖에 안 나오는 걸로 보아, 남성향 백합이 이런 것이구나를 가늠할 수 있다.
암살교실 1,2기.
재밌다. 선생과 교실과 학생에 대한 고찰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 특히 누군가를 죽이는, 죽인다고 할 수 있는 행위가 어떤 것일지 보통 사람은 알지도 못하고, 알 수 있는 환경으로 자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생물이 되어버린 '살생님'을 E반 학생들이 죽여야 한다. 학교에서 당연하게 무시당하는 역할의 E반은 살생님을 죽인다는 '암살행위'에 빠져들어 각자의 재능을 발견하고, 살생님은 그런 학생들의 재능을 하나하나 꽃피울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해준다. 모두가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가는 획일적인 교육문화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살생님은 어쩔 수 없이 워너비의 상이다.
코토우라 상.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코토우라.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가감없이 듣고 말하는 터라 가정에 불화가 생겼고 부모에게 버려졌다. 외할아버지가 코토우라를 챙기지만 학교에서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어 친구도 만들지 못하고 계속해서 전학가는 일만 생긴다. 그러다 만난 같은 반 마나베는 에로에로 생각만 하는 터라 표리일체의 속마음을 보여주었고, 마음을 닫았던 코토우라는 그런 마나베가 슬슬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하지 않아도 될 말, 해야할 말 등 여러가지 '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애니다. 국내에선 '내 마음의 비밀' 이라는 제목으로 칼당하고 나왔던 것 같은데, 솔직히 그럴거면 19금 때려서 성인 된 후에 보게끔 해야한다고 본다. 어린시절 학대와 희롱하는 장면을 빼고 코토우라와 마나베의 사이를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3월의 라이온 1,2기.
재미있었다. 주인공이 예민하고 기억력이 좋으며 몰입을 잘하는 데다 착한 사람이라, 주변에서 쏟아지는 무례와 억압과 상처에 홀로 있으려 한다. 하지만 사람도 사람 나름이라 주인공에게 상처주는 사람도 있는 반면 밝은 모습을 이끌어내려는 사람도 있어서 주인공이 점차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다. 주인공에게 상처입힌 가까운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양 포장하려는 모습도 보여서 묘하게 현실이 반영된 모습이라 찜찜한 것도 있었다.
1기는 주로 고독한 주인공이 프로 장기 기사로서 생활하는 모습이 그려졌고, 2기는 주인공에게 중요한 세 자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세 자매 중 둘째인 히나가 따돌림을 당해 낙심하자, 프로로서 생활만 영위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다. 소설로 치면 호흡이 긴 백과사전 두께의 초반 이야기가 되겠다. 인물마다 속마음과 겉모습을 다루어 이해하는 폭을 넓힌 것도 볼만한 점이다.
십이대전.
십이간지의 동물들을 본딴 전사들이 나오고, 각자의 가문을 대표해 십이대전을 치른다. 살아남은 단 한 명의 전사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소원을 말할 수 있다. 처음부터 잘 죽어나간다. 차례차례 십일지(11명)가 죽고 살아남은 한 명의 전사는 딱히 이루고 싶은 소원이 없다. 그래서 마지막엔 누구나 말할법한 소원들이 나열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던 흔한 얘기가 떠올랐다. 결말은 그냥 그랬지만 실제로 소원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살아남은 전사가 선택했던 것을 똑같이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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