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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감상

[책봄] 칼의 노래

by 은아비 2020. 5. 2.
칼의 노래 - 10점
김훈 지음/생각의나무

 

모든 건 마지막을 위한 안배였다. 지위를 박탈당해 형벌을 받고, 다시 이름 붙여진 삼도수군통제사. 충무공 이순신의 마지막이 어떠했을는지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시대는 태평성대가 아니었고, 이순신은 임금의 견제를 받는 육지 끝 바다에 떠 있는 소국의 장수였다. 전쟁에서 바라는 대로 되는 일이 있겠느냐마는, 이순신은 꼬박꼬박 그날 날씨나 있었던 일을 기록했다. 자신이 전투를 해야 하는 바다의 물길이 어떠한지 꾸준히 알아보았고, 최적의 전투를 할 수 있는 상태까지 끌어올리고 싶어 했다. 그리고 좋을 대로 버려지고 쓰이는 백성들을 염려했다.

김훈이 그린 이순신의 마지막은 지쳐있었고, 그렇지만 자신이 자신을 다할 곳을 알아보고 행하려는 일에 온 힘을 쏟았다. 고민과 악몽이 점철되는 날들이었을 것이고, 쓰레기로 뒤덮였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흘러가는 바다에서 무엇을 봤을지는 그때의 이순신과 그 전쟁을 겪어낸 사람들밖에 모르는 사정일 것이다.

영화 '명량'을 보면서 생각했던 적이 있다. 현대의 최민식이 과거의 이순신과 빙의하려 했던 것일까, 아니면 최민식이 생각한 이순신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어 했던 것일까. 명량은 극적 효과를 위해 아들이 살아있었고, 이순신은 명량 전투에서 전사했다. 그리고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내가 죽었다는 것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한창 전투 중이었으니 아군 장수의 죽음이 사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나,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가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끝을 향해 가는 모든 것들이 바다 위에서 흘러넘치는, 명멸을 향해 가는 것은 누구인지 무엇인지 많은 사색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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