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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일탈

20세기 위대한 화가들 展 - 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 까지 를 봤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by 은아비 2014. 8. 12.

내가 미술작품 보기를 좋아하는 건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내가 못한 것을 다른 이가 했는데, 그게 내 눈에 예뻐보여서다. 문예사조나... 이론적인 것은 알지도 못하고 그것을 알아야 알 수 있는 '이해의 폭, 혹은 재미'가 늘어나겠지만 지금 당장은 뭐... 굳이 알고 싶진 않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도 족하다. 


옛날 사람들이 사용했던 색감은 멋이 있다. 옛날 사람들이 작곡했던 곡들은 웅장하고 독특한 정립의 미가 있다. 컨텐츠가 더욱 다양해지고 양도 많아진 오늘인데도,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의 멋을 두른 작품들은 항상 궁금증을 일으킨다. 그렇다고 굳이 서초구까지 다달이 가는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지금 안보면 언제 보겠냐, 혹은 '보고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를 보러갔다.





전시장 초입은 사람들이 몰렸다. 기껏 대여한 오디오 대여에 심취할 수도 없을만큼 웅성대는 소리들이 벽에 부딪쳐 울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보기 시작하니 어느새 흐름이 이해가 되었다. 1. 파리를 중심으로 모인 인상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파리의 화가들. 2. 제2차 세계대전 후로 나뉜 파리와 미국, 무대 양분화. 초현실주의와 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 3. 미국은 그 이름답게 기회의 땅이었고, 팝아트와 옵아트가 크게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4. 이러한 흐름에 맞서 누보레알리즘과 yBa. 5. 그리고 지금, 여기.


전시장을 돌고나니, 과연 실제를 재현하는 것이 예술인지, 형태를 파괴하고 개성을 나타내는 것이 예술인지, 캔버스를 벗어나고 재료와 색감조차 현실을 벗어나는 것이 예술인지... 예술에 대한 고민이 인생에 대한 고민과 닮아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실재를 그리고 빛과 실물을 그리던 것에서 벗어나, 말로 표현할 수 없고 형태를 가늠할 수 없는 추상적인 것들을 지나... 너무나 상업적인 딱딱하고 직설적으로 보이는 아트에서 이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예술의 흐름. 뭐, 중간중간 이것을 대중에게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를(소위 말하는 발로 그려도 내가 더 잘그리겠다 하는) 물음표를 주는 작품도 있었으나 큰 흐름에서 중요성을 주는 작품이라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여튼, 꽤 알찬 구성의 전시를 본 것 같아서 재미있었고 소도록 패키지를 구입하여 도록으로 다시 되새길 수 있어서 좋았다. 기념품으로 파는 것들이 좀 비싸고... 전시를 보고 나니 비가 억수로 내리긴 했지만. 나중에 이런 전시회가 있으면 또 보러오지 않을까? 아마 여유 되면 보러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