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르미타시박물관展
2017.12.19. (화) ~ 2018.04.15. (일)
회화전은 처음이 아니고, 간혹 보러가기도 해서 예르미타시박물관展이 관심이 있어도 이번엔 패스할까 했다. 그런데 뭐랄까... 보고 나니 '이건 꼭 봐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를 수집한다는 건 수집하는 사람만 그 기분을 알 수 있다. 나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읽지도 않은 책이 수십권 쌓여있고, 책을 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나서는 그와 비슷한 형태인 노트를 모으기 시작했다.(책은 지금도 산다는 게 함정) 소소한 지출에 나름의 만족감을 영위한다는 건, 참 구질구질하고도 행복한 일상이다. 이런 소박한 지출이 아니라 수 백점씩 들여온 러시아 황족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일부러 일찍 집을 나서 도슨트 투어에 참여했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갔던 터라 러시아의 시대적 배경과 엄청난 수의 작품을 모았다는 걸 알았을 땐 참 이게 뭔 돈지랄인지 싶었다. 하지만 내가 무소불위의 황권을 쥐고 있다면, 이런 것쯤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러시아의 황제 표도르 1세는 몽고에 지배당했던 시절을 잊고자 새로운 도시를 늪지 위에 만들었고, 상트페테르부르크라 불렀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늪지에 돌을 부어 도시를 만들면서 사람들이 많이 희생돼 시체 위에 세운 도시라고 비난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도르 1세와 예카테리나 1세, 예카테리나 2세에 걸쳐 도시가 확장되고, 궁전 또한 증축, 신축되었다. 표도르 1세는 과거를 지우고자 나라의 정체성을 서양에 두었고, 서양인이라 칭하며 프랑스를 모티브로 도시를 건설하고 꾸몄다.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에 있는 국립 박물관이다.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불린다. 예카테리나 2세는 프랑스 대혁명 이전 프랑스 미술품을 수백, 수천 점을 수집했다. 예카테리나 2세가 모은 작품들만 모아놓은 궁전을 은자의 집(Hermitage)이라 불렀으며, 현재는 소장품이 많아져 겨울 궁전을 박물관 본관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본 전시는 예르미타시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두 차례에 걸친 교환전시의 결과물이다. 1991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스키타이 황금>, 구소련이 붕괴되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 한 뒤 2010년 예르미타시박물관에서 <솔숲에 부는 바람, 한국미술 오천년>, 2016년 예르미타시박물관에서 <불꽃에서 피어나다 - 한국 도자 명품전>, 이에 대한 화답으로 2017년에 예르미타시박물관 소장품이 국내에 선을 보인 것이다.
[표, 기념도장, 팸플릿, 기념품으로 산 컬러링페이퍼]
다른 회화전보다 다채롭고 작품 수도 많았다. 시대적으로 어떻게 화풍이 변하고 어떤 시도를 했었는지 큰 흐름을 볼 수 있었고, 프랑스 작품을 러시아에서 본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다. 저절로 문화재 환수 문제와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물론 구입했었던 작품이기에 러시아 소유겠지만. 20세기 초 러시아에서 프랑스 미술품을 수집했던 부유한 상인 집안 출신의 수집가, 슈킨과 모로조프는 열심히 모아서 나라에 좋은 일을 한 셈이 되었지만... 실제 말로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인생을 모아 수집하고, 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국가에 환수 조치되었으니 어디 뭐 살맛이 날까. 덕분에 시간이 흘러 한국에서 프랑스 대혁명 이전 작품들이 전시가 되었고... 뭐, 그것 또한 어찌할 수 없는 역사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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